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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만세는 그냥 터져 나온 말이 아니다

[2021.2.25 박은석]


1897년 10월 12일, 조선의 스물여섯 번째 왕인 고종은 서양 여러 나라와 일본의 위세에 더 이상 짓눌릴 수 없다는 마음으로 나라 이름을 그들과 동등한 등급으로 바꾸었다.

대한제국(大韓帝國)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당연히 이전까지 임금의 묘호로 불리던 ‘조’와 ‘종’ 대신 ‘황제’라는 명칭으로 자신을 부를 수 있게 하였다.

500년 동안 임금들이 입었던 곤룡포를 벗어버리고 긴 칼을 찬 황제의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나라의 연호는 빛나고 굳세라는 뜻으로 ‘광무(光武)’라고 지었다.

그러니까 그해가 광무 1년이다.


하고 많은 이름 중에 대한(大韓)을 택한 것은 우리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한(三韓)이 통일되어 이루어진 큰 나라임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지은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깊은 가르침이 묻어나는 이름이다.

종이호랑이처럼 힘이 없는 나라였지만 끝까지 발버둥 치려고 했던 안쓰러움이 묻어난다.


 

서양 여러 제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대한제국의 초대 황제는 마음이 급하여 여러 제도들을 바꾸고 뜯어고치려고 하였다.

자주적인 강한 국가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백성들에게 제국이라는 이름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황제를 부를 때도 이름 대신에 조선식 묘호인 ‘고종’을 붙여 고종황제라고 했으니 옷은 제국식으로 갈아입었지만 속마음은 여전히 조선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도 그런 몸부림 덕택에 여러 가지 제국의 틀을 갖출 수 있었다.

우선 제국의 상징인 국기를 ‘태극기’로 정하였고, 애국가를 국가로 채택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종황제에게 인사하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전까지 조선의 왕들에게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천세 천세 천천세(千歲 千歲 千千歲)”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도 황제가 생겼으니 “만세 만세 만만세(萬歲 萬歲 萬萬歲)”라고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우리로서는 그게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하겠지만 100년 전에 살았던 조상들에게는 엄청난 충격과 흥분이 되는 말이었다.

한반도에 나라가 들어선 이래 “만세”를 외칠 수 있었던 때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만세’는 오직 황제에게만 드릴 수 있는 칭송이었다.

그런데 비록 힘이 없는 황제에게였지만 우리도 ‘만세’를 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몰락해가는 나라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만세”를 목놓아 외칠 수 있게 되었다.


삼일운동이 만세운동으로 불리는 것은 당시 우리 조상들에게 ‘만세’라는 말이 가져다준 충격이 그만큼 컸기 때문일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세를 외친 분들도 많았을 것이다.

우리 입으로 스스럼없이 만세를 외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은 두 배 세 배 더 치솟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분들은 태극기를 손에 들고 “대한제국 만세!”, “대한독립 만세!”를 목놓아 부르짖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삼일운동 이후 일제는 ‘만세’ 소리만 들리면 정신이 혼미하였다.

그래서 만세운동을 차단하려고 우리의 관혼상제와 명절 등 모든 문화를 검열하고 사람이 모이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모이면 만세운동을 벌이니까.

하지만 한 번 터진 ‘만세’ 소리는 국내를 넘어 국외로까지 번져나갔다.

하와이에서, 미주에서, 간도와 연해주에서도 ‘대한독립 만세’의 소리는 울려 퍼졌다.


1919년 4월 11일 수립된 임시 정부는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다시 흥해보자”는 취지로 나라 이름을 ‘대한민국’으로 정했다.

그리고 1948년 8월 15일에 수립된 정부는 그 이름을 그대로 받아들여 우리나라를 ‘대한민국’이라고 정하였다.


대한민국은 반만년 역사를 가진 우리의 나라이다.

그런데 만세(萬歲)인 만년을 채우려면 아직 5천 년도 넘게 남았다.

나라가 걱정된다고? 걱정 마라! 끄떡없다.

우리는 적어도 만년은 간다.

대한민국 만세는 그냥 터져 나온 말이 아니다.


박은석 | 봉화대운동

출처: 박은석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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